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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칠복 아재.
오십 줄에 다다른 중년 사내로, 지금은 손 씻은 지 오래된 선량한 요령의 근로자지만.
소싯적엔 주먹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사람을 괴롭히는 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일명, ‘악마’로 불리던 사내다.
때문에, 요령의 유흥가에선 칠복 아재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아직도 그의 후배뻘 되는 전직 건달, 현직 점소이나 홍등가 삼촌들은 칠복 아재의 얼굴만 봐도 괜히 찔끔하고는 했으니까.
사정이 그랬으니, 10여 년 요령에서 잔뼈 굵은 육정란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재작년부터 <요령 상가 번영 총회>의 회주를 겸하고 있는 소어도 소문은 자자하게 들은 터였다.
그런 칠복 아재의 도움을 받고자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육 소저. 얼마나 봅니까?” “반나절 안에 탈탈 털걸요?” “저놈 보통 질긴 게 아니던데.” “칠복 아재가 괜히 소싯적 어둠의 세계에서 ‘악마’로 불렸겠어요? 거긴, 무림이랑 다르다니까. 순 악질들만 모인 세계에서도 최고 악질이 칠복 아재였다니까 말해 뭐 하겠어요? 호호호!” “근데 어떻게 사람이 저리 착해졌대요? 지금은 보살로 불리시잖아요.” “주먹쟁이 생활하던 중, 딸내미가 태어났다죠? 그 뒤로 마음잡고 착실히 살게 됐다더라고요.” 칠복 아재가 고문 도구(?)를 준비하는 사이, 소어와 육정란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듣고 있던 묘선은 얼굴이 퍼렇게 질렸고 이제 곧, 실시간파워볼 악마와의 아름다운 사투를 벌이게 될 동창 사내는, ‘저것들이… 저것들이… 날 두고… 으아아악!’ 다리를 오들오들 떨었다.
본래 두려움은 막연한 상상력에서 증폭되는 법이다.


칠복 아재의 고문술은 끔찍하단 말로 표현이 힘들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묘선과 육정란이 지켜보지 못하고, 자리를 떴을까.
두 사람이 어디 평범한 여인인가?
묘선은 피 튀기는 강호에서 무림맹의 100인 대장급 간부요, 육정란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노련한 사업가였다.
하나 범인보다 대담한 두 사람의 담력으로도 칠복 아재의 고문은 눈 뜨고 지켜보지 못할 만큼 잔인했던 모양.
심지어는 소어마저. 세이프파워볼
‘진짜 무섭네. 칠복 아재도 그렇지만 저걸 버티는 저놈 의지도 질기다, 질겨.’ 혀를 내두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쌕쌕-!
칠복 아재는 우선 사내의 두 귀를 보기 좋게 잘랐다.

그러자 피가 분수처럼 흘러나왔는데, 미리 준비한 가제 수건과 금창약으로 재빨리 지혈한 뒤, 입을 열었다.
“살인에 인신 공양을 하던 놈이라 그런지, 독종은 독종이군. 그럼 이번엔 여기를 썰어볼까?” 놀랄 만한 것은, 바로 이런 살벌한 대사를 읊으면서도 칠복 아재의 표정은 평탄하기 그지없단 점이었다.
“크아아악! 이… 이 개 같은 새끼! 죽인다! 파워볼게임 꼭 네놈은 죽일 거다! 네놈의 살가죽을 벗기고 소금을 뿌린 뒤, 네 식솔들의 눈알을 뽑아서 죽여줄 것이야!!” 동창 사내가 발작을 일으켰다.
황궁의 제2대 무력 집단인 동창의 일원인 자신이 고작, 술집 관리인에게 고문을 당하고 있으니, 얼마나 화가 치밀겠는가.
게다가.
‘제기랄! 이런 쓰레기한테 두려움을 느끼다니! x발!’ 그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귀, 두 짝을 깔끔하게 썰어놓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칠복 아재를 보자, 도저히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았는지 마음 한켠에 치솟은 공포감이 극도로 부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가?” 칠복 아재의 입에서 상상도 못 한 물음이 튀어나왔다.

“뭐… 뭐야?” “그러잖아도 살가죽을 벗긴 뒤, 소금을 엔트리파워볼 팍팍 뿌려줄 생각이었는데. 더불어, 눈알도 뽑으려 했거든. 한데 귀신같이 알아맞히네? 혹시 관심법 같은 거 쓰는가?” “너… 너…” “자! 이제 슬슬 포를 떠볼까. 진 소협. 이놈 다리에 밧줄 좀 단단히 묶어주시오. 막 움직이고 그러면 살가죽만 벗기려다 신경까지 잘라버릴 수 있거든. 고통을 극한으로 느끼려면 딱! 살가죽까지만 벗겨야 하니.” 일순, 소어는 어안이 벙벙해져 아무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뭐하시오? 진 소협. 여기 좀 묶어달라니까.” “아… 네넵! 형님!” 어느새 아재~ 소리 대신 형님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는 소어였다.


“크아아아아악!” 칙-
칙-
“으아아아악! 그만… 그만 둬!” 칙-
칙-

칙-
“제발… 제발 그냥 나를 죽여라! 진소어! 네놈은 명문정파의 대제자가 아니더냐? 이러고도 네가 사라아암!” 동창 사내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신체에서 가장 예민한 부위에 속하는 흉부의 피부층을 얄팍하게 도려낸 뒤, 그 위에 흩뿌려지는 소금.
그로 인해 수반되는 통증은 사내로선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극악의 고통이었다.
“나원 참! 귀청 떨어지겠네. 아직 고래고래 고함 지르는 거 보니,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군. 진 소협. 저기 탁자 위에 올려놓은 고약 보이시오? 그것 좀 갖다주시오. 아무래도 소금 가지고 안 되겠으니. 제아무리 독종이라도 고약을 붙여주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실토하지 않을 수 없겠지.” “네! 칠복 형님!” 소어가 눈을 빛내며 고약을 가져오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마아아아안! 그만해라! 말… 말하마! 내가 아는 건, 모두 말해주마!” 동창 사내가 울부짖었다.
“어? 별… 풉!” 소어는 사내를 보는 순간, 코웃음을 터뜨렸다.
바로 그가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저리 서럽게 울 건 없잖아?!’ 아마 동창 사내가 소어의 생각을 들었다면,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어휘를 사용해 욕을 퍼부었을 터다.
그 순간.

칠복 아재가 소어를 향해 물었다.
“진 소협. 어떡할 거요? 잠깐 멈추리오?” “앗… 아아! 네, 형님. 일단 저놈의 말이라도 들어 보자구요. 하하.” 넉살 좋게 아재에서 형님으로 호칭을 격상시킨 소어의 확언을 듣고서 칠복 아재가 손에 묻은 소금을 훌훌 털어내며 동창 사내에게 말했다.
“여보쇼. 사실 당신을 고문하는 일이 나는 무척이나 괴롭다오. 한데, 어쩌겠소? 백련교인지 나발인지 당신네들이 무고한 백성을 인신 공양한다고 하니, 내 재주를 부려서라도 그를 막는데 일조할 수밖에. 부디 모든 걸 시원하게 털어놓으시구려. 한 번 더 내 손을 쓰게 만든다면… 미안하지만 그땐, 똥오줌을 한 됫박 지리게 될 거요.” ‘이… 이 개 같은… 흑흑…’ 위로인지 겁박인지 알 수 없는 칠복 아재의 말에 동창 사내의 눈에서 다시 한번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니까, 너는 백련 교도가 아니다. 그 말이냐?” “그렇다…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백련교와 관련이 없다.” “근데 이 새끼가 어디서 반말이야?” 쿠우우웅!
소어가 주먹으로 사내의 정수리를 사정없이 후려 깠다.

“으아아아악!” 비록 한 줌의 내력도 실리지 않은 꿀밤에 불과했지만, 뼈대가 강철보다 단단한 소어의 꿀밤은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수준의 충격이었다.
그제야 동창 사내는.
‘이놈은 사람이 아니야! 오대세가의 대제자란 놈이! 어찌 이리도 극악무도하단 말인가? 이 두 새끼 모두 숫제 악마잖아!’ 눈앞의 두 사람.
소어와 칠복 아재가 협의는 물론, 이성과 원리 EOS파워볼 원칙마저 배제된, 그냥 ‘악마’란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너 한 번만 더 반말 지껄였다간 혓바닥 싹싹 갈아서, 그 위에 소금 뿌린다?” “소… 소금? 히이이익!” 소금이란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동창 사내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재차 입을 열었다.
“아… 알겠습니다. 반말… 절대…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옳지. 그럼 이제 네 진짜 정체와 배후에 대해 실토한다. 실시!” “저… 저는 동창 소속의 14석 대원이고 배후는 한 태감이십니다.” 사내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분명 놈들은 영웅 대회에 나타나 깽판을 쳤고, 어젯밤엔 묘선을 납치하려 하지 않았던가.
응당, 백련교의 인물이라 여겼거늘.

다른 곳도 아닌 황실의 기관인 ‘동창’의 인물이라니….
“좋아. 한데 동창이 왜 그간 무림맹을 공격했고, 묘선을 납치하려 한 거야?” “그것은…….” 사내의 입에서 그간의 사정이 술술 흘러나온다.
한 태감과 백련교 측은 협력적 공생관계며 그 협력을 통해, 강호무림을 시작으로 종국엔 천하를 손에 넣으려 했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니들 진짜 제정신이냐? 간도 크네, 간도 커.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놈들이 사이비 종교랑 손을 잡아 혹세무민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뭐? 천하를 손에 넣어? 천하르으으을?” 기가 찬, 소어가 황당함에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지… 진 소협. 제발… 저는 어차피 시키는 대로 하고 사는 놈 아닙니까?” “야이 새끼야! 너는 누가 부모님 죽이라면 죽일래? 이 개 놈의 새끼 말하는 거 보소!” 콰아아아앙!
“크아아악!” 불행하게도 사내는 또 한 차례 소어의 쇠망치 꿀밤을 얻어맞았다.
어느새 그의 정수리가 오픈홀덤 융기된 산봉우리마냥 우뚝 솟아올랐다.
하지만.
“야야! 엄살 그만 피우고. 어? 취조 다시 시작하자고.” ‘이 x발놈이!’ 엄살이라니.

네 눈엔 이게 엄살로 보이냐?
으…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삼키며 동창 사내가 고갤 끄덕인다.
“그럼 대체 묘선이는 왜 납치하려 한 건데? 정보라도 캐낼 생각이었냐?” “아… 아닙니다, 진 소협.” “하면?” “묘선이란 계집…” “계집?!” “아… 아니요! 묘선이란 소저가 구음절맥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 이건 또 뭔 소리야?
점입가경에 오리무중의 형국에 소어는 저도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올랐는지.
“아, 뭐라는 거야 진짜!” 꽈아아아앙!
다시금 사내의 머리통에 꿀밤을 쥐어박았다.
한데, 아뿔싸!
힘 조절에 실패했나 보다.
동창 사내가 기절을 하고 말았다.


‘소오오ㄱ 뿌리…다…’ ‘음…’ ‘소오오오그…뿌리…ㄴ…다’ ‘그래… 난 죽었구나… 차라리 잘됐다… 죽을 수 있어서…’ ‘소금 뿌린다아아!’ ‘헉!!’ 사내가 정신을 되찾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찬물을 끼얹으며 소금 타령을 부르짖는 소어의 말에 번쩍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소… 소금… 안 됩니다!” “소금 싫지?” “넵!”
“자. 그럼 이제 왜 하필이면 묘선이를 납치하려 한 건지, 실토해볼까?” “그게 말입니다! 진 소협!” 이후, 동창 사내의 말은 유수처럼 흘러나왔는데, 그 정확한 발음과 일목요연한 언변은 여느 달변가 못지않을 정도였다.
하나 그 말의 내용이 너무도 충격적인지라, 소어는 화등잔만 해진 눈을 띠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 한 태감이란 고자 새끼가 절세의 무공 비급을 지니고 있는데. 구음절맥을 앓고 있는 사람이 익히면 대성할 수 있다. 그 말이냐?” “넵. 역시 총명하셔서 바로 알아 들으시……” “확, 마! 또 까부네?” “죄송합니다…” 소어의 머리가 비상하게 회전했다.
특히 <절세 무공 비급>이란 대목에 큰 호기심이 일어났는데.
“정말 절세의 무공 맞냐? 규화보전이란 거?” “음… 일단 한 태감께서 규화보전을 7성 정도 익히신 걸로 압니다.” “그 영감탱이가 어느 정도로 센데?” “그… 환골탈태와 오기조원, 삼화취정을 이룩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이 새끼가 어디서 거짓말을 해?” “아… 진짭니다, 진 소협!” 소어는 거세게 두방망이질치는 심장을 가까스로 억누른 채, 상념에 접어들었다.
‘고작 7성으로 환골탈태에 오기조원도 모자라 삼화취정? 이건… 그야말로…’ 대박이다.

7성으로 화경의 모든 기현상을 체험할 정도라면 극성인 12성까지 연마했을 땐, 현경이고 나발이고 그냥 무조건.
‘천하제일이잖아!’ 한편으론 오소소 소름까지 돋았다.
물론 사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겠으나, 정황상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바.
“야!”
“네?”
“그 규화보전이란 거 말이다.” “네?!” “아무래도 뺏어야겠다.” “그게… 무슨…” “한 태감 지금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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