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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 형. 서장에서 봅시다.” “그래. 무리하진 말고. 약속했다? 위험하다 싶으면 절대 나서지 마.” “넵!”
“대답은 잘한다니까.” “아이고! 잔소리 좀 그만.” “알았다, 알았어. 본청에 당도하는 대로, 인원을 추슬러 서장으로 갈 테니 거기서 보자.” “그래요, 형.” 소어와 전우치의 작별은 단출했다.
어차피 머지않아 서장에서 다시 만날 거고, 소어와 속도를 맞추려면 전우치도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전우치가 먼저 만주장을 나서고….
연 장주와 찻잔을 기울이던 소어가 물었다.
“장주님…. 청해에 괜찮은 무기상이 있을까요?” “무기상이라……. 도검(刀劍)이 필요한 거요? 그런 거라면 본가에 꽤 잘 만든 보도, 보검이 있으니 선물로 하나 드리리다.” 연 장주의 말에 소어가 지그시 웃는 낯으로 고갤 내저었다.
“저는 박투가 아닙니까. 도검을 어디 쓰겠어요?” “하면?”

“권갑하나 장만하려고요.” “아하! 그럼 청해 최고의 실력자, 대장장이가 머무는 철광장으로 가시지요. 워낙 철광장의 물건의 품질이 좋아, 멀리 해남에서도 간혹 손님들이 찾을 정도니.” “대장간은 됐어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괜찮은 권갑을 만들려면 최소 닷새 이상은 소모될 텐데.” “그 정도 시간도 낼 수 없단 말이오? 전 처사가 이제 막 출발했으니, 무림맹이 서장까지 당도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소?” 그러자, 소어가 재차 고갤 저었다.
“우치 형 비행술이 얼마나 빠른데요? 아마, 전속력으로 내달리면 본청까지 하루면 도착할걸요?” “하… 하루 말이오?” “네. 아주 미쳤다니까요. 거짓말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새보다 빨라요, 새보다. 우치 형도 깨달음을 얻었는지, 법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건 물론, 술법도 자유자재로 펼치게 됐거든요.” 믿을 수 없는 말에 연 장주의 안색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대체 이 양반들은… 뭐하는 작자들인가?’ 비록, 연 장주는 정통 의원에 가깝지만, 그래도 엄연히 따지면 무림에 몸담은 강호인.
살면서 다양한 기인이사들을 봐왔지만, 소어나 전우치 같은 경이로운 능력자들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
“후……. 진 소협이나 전우치 처사나. 두 분 다 무서울 정돕니다. 파워볼실시간 어찌 됐든, 그럼 대장간이 아닌 바로 무기를 살 수 있는 상인을 찾는단 게지요?” “네, 연 장주님. 병장기를 제작할 시간은 없으니까요.” “음… 진 소협 같은 절세 고수가 사용할 권갑이라면 상품(上品) 정도가 아니라 천하에 둘도 없는 최상품이어야 할 터인데.” 연 장주가 허공으로 시선을 옮긴 뒤, 수염을 쓸었다.
그러다, 이내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입을 연다.
“청해호의 장가방을 찾아보시오. 반드시 진 소협께 어울리는 권갑을 보유하고 있을 거요.” “청해호의 장가방이라…….” “대신 상당한 값을 지불해야 할 거요. 장가방의 방주, 장구진은 대단한 ‘보물 수집광’이니 웬만한 금액으론 콧방귀도 뀌지 않을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연 장주님.” “응?!”
일순, 연 장주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하고 귀를 의심했다.
연 장주는 소어를 잘 안다.
그가 아는 소어는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니!
그 정도로는 표현이 부족하지.
그냥 돈이 될 만한 일이면 뭐든지 하는, 돈생돈사(?)격 파워볼사이트 인물이지 않은가….
그런 소어가 마치, 재벌처럼 돈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 뻥뻥 치니 어안이 벙벙했다.
하나, 그가 어찌 알았겠는가.
소어의 품속에 들어 있는 ‘신기목갑’에 일확천금에 달하는 보물과 금원보, 전표 등이 존재한단 사실을.
“짠!”
아니나 다를까, 소어는 신기목갑에서 큼지막한 금덩이들을 꺼내어 연 장주에게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진 소협. 그건 금덩이 아니오. 그게 대체 어디서 났소?” “하하. 비밀. 그리고 이건, 절 치료해주신 치료비라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아… 아니외다! 내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 “아! 장주님. 또 이러신다? 우리끼리 이러지 말자고요. 받아주셔야 다음에도 신세를 지죠. 안 받으면 부담스러워서 제가 또 만주장에 놀러나 오겠습니까? 저 돈 많아요~ 그러니까 받아주세요, 장주님. 부탁입니다.” 소어는 한사코 손사래 치는 연 장주의 손에 금덩이를 쥐여주었다.
소어는 돈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인간이지만, 인색하거나 자린고비는 아니었기에 은혜를 갚고 싶었다.

물론.
‘진 소협… 어디서 횡재라도 한 건가…’ 소어가 어찌 이리 큰돈을 쾌척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연 장주의 의문은 끝내 해소되지 못했지만.
‘한 태감에 백련교 사천교당에, 깡패놈들의 재물을 털었(?)다고 세이프파워볼 말하긴 좀 그렇잖아? 후!’ 소어도 차마, 남을 삥뜯어서(?) 막대한 재물을 얻게 되었단 소릴 할 만큼 뻔뻔하지 못했기에 입을 다물었다.
이래나 저래나 소어도 강호 오대세가의 대제자니까.


<만류귀종신단>으로 체내의 흩어진 힘을 한데 모아, 태경력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 소어는 일부러 전력을 다해 쾌경보를 시전했다.
그 결과….
‘……실화냐?’ 스스로도 믿지 못할 미친 기염을 토해내고 마는 소어였다.
쾌속하기는 전우치의 비행술을 능가할 정도였고, 내력(內力)은 아무리 쓰고 써도 마를 기색이 없었다.
게다가, 이전과 비교했을 때, 같은 양의 내력을 방출해도, 운용의 묘리가 달라진 탓에, 신체에 가해지는 효율이 극대화된 느낌이라고 할까?
열다섯 살, 처음 강호에 출두한 이후 소어는 지금껏 몇 차례의 큰 성장을 경험해왔다.

하나 단언컨대, 이처럼 공부의 증진이 피부로 체감됐던 적은 없었다.
한 마디로 작금의 소어는 생애 가장 큰 발전을 실감하고 있단 의미다.
‘혈마가 아니라, 혈마 할아비라도 이젠 모가지 따고 남는다, 이거야!’ 소어의 안면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진다.
어쩌면.
‘본청의 토벌대가 당도하기도 전에. 나 혼자 서장의 잔당들을 씹어먹을 수도 있겠어.’ 강호 역사상 전무후무.
그야말로 유례가 없는 혈혈단신의 전설을.
세월이 흘러도 후손들에게 찬란하게 기억될 신화를 써 내려갈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만주장에서 나선 지, 불과 반절도 되지 않아 세이프게임 소어는 청해호의 ‘장가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헉! 정말… 귀하가 모용세가의 대제자, 진소어 대협이란 말입니까?” “대협까지야……. 하하. 부끄럽네요, 방주님.” 소어는 은근 걱정하던 참이었다.
장가방의 방주, 장구진이란 자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던 까닭.
특히, 웬만한 금액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라던, 연 장주의 말이 은연중 떠올랐는데.
다행히도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던 모양.
소어가 신분을 밝히기 무섭게 장구진은 간이라도 빼줄 기세로 반색해 마지않았다.
“아닙니다. 백도의 십대고수이자, 천하의 영웅으로 명성이 자자한 모용세가의 대제자 분께서 대협이 아니면 누가 대협이란 말입니까? 지나친 겸양이십니다!” ‘뭐지, 이 양반? 왜 이렇게 친절해? 부담스럽게. 얼마나 흥정을 해대려고 밑밥을 이렇게나 까시나?’ 하나 소어는 그런 장구진의 태도를 의심했다.
물론, 이마저 쓸데없는 기우였지만 말이다.

최근 한두 해 사이 소어의 명성은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개중에는 소어가 사실상 백도 최강일 거라 짐작하는 자도 적잖았던 데다, 백련교의 소탕을 위해 조정의 조력자(포청천과 친형이자, 금의위장인 진원탁)를 포섭하는 것도 모자라, 탁천마신교와의 연합마저 끌어낸 일화는 청해에 자자하게 퍼져 나가는 중이었다. (천마신교의 본산인 아합랍달합택산이 청해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청해 토박이 장구진으로선, 소어에게 극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대단한 인물이다. 짙고 굵은 검미와 미간에선 원리원칙이. 높지도 오픈홀덤 낮지도 않은 콧날은 강자에겐 강하며, 약자에겐 약한 올곧고 어진 성품이. 굵직하면서도 잘 뻗은 입술에선 박애함과 온화함이. 무엇보다 어둠을 밝힐 듯한 총기 있는 두 눈은 대호산군을 보는 듯하구나!’ 장구진은 전우치나 백인화만큼은 아니지만, 신변잡기에 다재다능한 인물이어서, 관상에도 일가견 있었다.
그가 본 소어는 살면서 보았던 모든 관상 중에서 단연, 으뜸이라 할 만했다.
더구나, 세상을 울릴 명성에 타고난 귀티까지 지닌 소어였으니, 더 거대해 보일 수밖에….
하나 그런 장구진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소어는 내심 주판을 튕기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격 후려치려고 밑밥 까는 게 틀림없다니까. 어림도 없다, 이 능구렁이 양반아!’ 소어가 입꼬리를 슬쩍 비틀었다.
“하하하. 방주님. 얼굴에 금칠은 그만해주시고. 선수끼리 본론에 들어갑시다!” ***

느닷없는 ‘본론’ 운운에 장구진은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소어의 말을 듣고, 미소를 머금었다.
“하하…. 그럼 제게 병장기를 사기 위해 오신 거군요?” “그렇죠.” “잘됐습니다. 때마침, 아주 훌륭한 권갑을 손에 넣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장구진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이윽고 한 쌍의 권갑을 들고나왔다.
“진 소협. 어떻습니까?” “세상에…….” 장구진이 건넨 권갑은 단번에 소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금강천잠사로 만든 겁니까?” “금강천잠사는 부재료일 뿐이지요. 현철에 남해 보타암의 성물이라 불리는 벽력수와 금강석도 첨가되었습니다.” “와! 이런 기가 막힌 걸 만드는 대장간이 있군요?” “천하에 딱 한군데 있지요. 껄껄!” “혹시… 광주, 노가장인가요?” “그렇습니다.” 소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광주, 노가장은 역대 무림맹주의 선출이 있을 때마다, 맹주를 상징하는 보검을 매번 제작할 만큼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대장장이들의 성지.
그곳이라면 이런 권갑을 만드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었다.
하나 문제는.
‘이런 귀한 걸, 흥정하기도 그렇고. 부르는 게 값일 텐데.’ 일견하기에도, 보물 중의 보물이요, 강철도 종잇장처럼 찢을 수 있을 듯한 권갑의 가격이 못해도 북경의 대궐 같은 집 한 채 값은 될 것 같단 점이었다.
‘그래. 달라는 대로 주자. 아껴서 뭐하나. 일단 혈마 모가지 따는 게 제일 중요한데.’ 소어는 용단을 내렸다.
돈이야 또 벌면 그만인 것.
하나, 이런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결국…….
“장가방의 방주, 장구진 대협. 아니! 장구진 선생님! 저 진소어는 강호의 공적인 백련교의 토벌을 위해! 한목숨 바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나, 그들의 수장인 혈마는 가히 인간이 아닌 놈으로, 무공이 경천동지할 수준인 건 물론, 일신에 지닌 술법 또한 세상을 뒤집을 수준이지요. 때문에 저는 그 자에게 죽임당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장 선생님. 이 권갑은 저한테 절실합니다. 이를 통해, 강호의 악적을 처단할 수 있다면 장 선생님도 무림 전체에 은덕을 베푸는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모처럼 연기 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주 비장하게.
그러나 너무 무겁지 않게.
장황하지만 구구절절한 느낌은 들지 않게.
무엇보다 아주 신뢰감 있는 눈빛과 음성으로 대의명분을 앞세운 소어의 연기 신공에.
‘가… 갑자기?!’ 장구진은 황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호칭은 또 어떠한가?
다짜고짜 장 선생님이라니.

‘참… 껄껄껄! 진 대협은 참 재밌는 사람이구나!!’ 이내 장구진의 황당함이 유쾌함으로 화했다.
“진 대협. 내게 중언부언 그런 살을 덧붙일 필요는 없소.” “……장 방주님.” “세상에 이런 권갑을 진 대협이 아니면 누가 낄 수 있단 말이오?” “네?”
동시에.
슥-
장구진이 안면에 미소를 흐드러지게 피우며 권갑을 슥 내민다.
“부디 세상을 구하는데 써주시오. 이 권갑은 나 장모가 영웅, 진 대협께 드리는 선물쯤으로 해둡시다.” ‘이건 또 무슨…….’ 기연도 적당해야지.
그래야 개연성이 성립되는 법이잖아.
한데, 내 기연엔 개연성이 없다.
가는 곳마다 내 거고.

가는 곳마다 내 사람이고.
가는 곳마다 돈이 따르는 인간의 삶이란….
너무 아찔한 행운 앞에 소어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이마를 짚고 말았다.
‘에라! 이젠 나도 모르겠다, 모르겠어.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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