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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베고 또 벤다.
사람도, 땅도, 하늘도.
애당초 천지상간의 모든 것을 베고, 가르고, 찌르기 위해 태어난 신병이기, 천마신검(天魔神劍).
검격의 호선이 그려질 때마다 세상은 그렇게 쪼개졌다.
하지만…….
친다.
치고 또 치고 꺾는다.
꺾고 차고, 깨고 부수고 던지고 종국엔 찍어낸다.
누군가 최강의 무학을 검법이라 했던가?
현재 투신의 모습을 본다면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자로 잰 듯한, 투로와 예상 가능한 단조로운 연환 공격.
화려한 변초 따윈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공격들.
그러나 그 평범함은 감히 만물의 법칙을 뛰어넘었다. 실시간파워볼
“파천연격포, 12성 공력!” 일갈….
그리고 쏘아진 일권(一拳).
그 권격을 정면으로 가르는 천마신검의 묵빛 검강.
-콰르릉!
멀었다.
중인들의 시야에 분명, 두 노인은 멀리 있었다.

하나 그 희끄무레한 시야를 통해서도 그들은 두 사람의 대결이 얼마나 격렬한지 느낄 수 있었다. 세이프게임
쉬쉭, 쉬쉬쉬쉬쉭!
대기를 넘어 공간 자체를 찢어발기는 천마신검의 검격이 이어질 때마다 묵빛 광휘가 섬전처럼 일었다.
하나 모용천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비록 그는 피륙으로 이루어진 육신으로 천하제일의 신병이기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었지만, 그에게 신병이기란 그저 잘 벼려진 날붙이에 불과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채챙…….
천마신검이 모용천의 주먹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것이다.
“껄껄껄! 현철로 수십 년을 다듬어 만든 본교의 신물이 고작 인간의 주먹에 부러지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싸움귀 영감!” “허허. 너스레는.” “영악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결국 모든 걸 토하게 만드는군.” “그러지 말고 진짜를 보여줌세.” “그러하지.” 두 사람의 의문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그 순간.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어온다.
머릿결을 흩날리게 만드는 기분 좋은 산들바람.
그 산들바람은 조금씩 위지운의 손아귀로 모여들었다.
휘이이잉…!
바람이 더욱 빠른 속도로 모인다.
휘이이잉…!
부러진 천마신검 대신, 어느새 위지운의 손엔 빛과 바람과 흙과 향이 한데 섞인 자연이.
오로지 그 자체로 완벽하게 존재하는 자연이 담기기 시작했다.
‘자연검이로구나!’ 자연검.
들은 적은 있지만 본 적은 없는 신의 경지.
모용천은, 위지운이야 말로 진정한 무신(武神)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오오오……!
위지운의 자연검에 마기(魔氣)는 없었다.
오히려 경건하고 순도 높은 순수함에 모용천은 거룩함마저 느꼈다.
‘그것이 바로 자네의 인생인가?’ 모용천은 그렇게 엔트리파워볼 물었다.
침묵했지만, 분명 그렇게 물었다.
‘그렇다네, 친구여. 이것이 나의 인생이네.’ 위지운 역시 침묵으로 대답했다.
‘자네의 인생에 경의를 표하며. 이젠 나의 인생을 보여주겠네.’ 모용천은 직감했다.
이게 마지막이다.
이번 격돌로 이 승부는 결정 날 터다.
스스스…!
모용천의 신형에서 아지랑이가 뭉실뭉실 피어났다.
‘아름답다!’ 천마의 뇌리에 번뜩인 생각이다.
챙…!
섬전이 수평선을 그렸다.
쿠우우우우…!
눈을 뜰 수 없다.
온 세상이 새하얀 광채로 덮였으니까.
들리지 않았고 보이지 않았다.
광채가 삼륜봉 장원을 넘고, 대악산을 넘었다.
그렇게 끝없이 만물을 빛으로 뒤덮어 간다.
중인들은 내력을 폭사해 그 찬연한 빛을 보고자 했다.
하나 하얀빛은 이글거리는 태양 같았다.
인간의 능력으로 태양을 바라볼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단 한 사람.
소어만은 그 광휘 속에서도 오롯하게 눈을 뜨고 투신과 천마의 격돌을 목도했다.


“아버지!”
“할아버지!” 달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중인들은 두 노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덮는 백광이 걷혔을 때…….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쓰러진 두 노인이었다.

“허허. 내가 이겼네, 운.” “뭔 소릴 하는 게야? 클클, 내 검은 부러지고 말았으나 아직 나는 멀쩡하다고! 다시 한번 해 볼 텐가?” “그만두도록 하지. 이젠 자네나 나나 그럴 힘이 없지 않나.” “껄껄껄!”
“허허허!”
모용천과 위지운은 초토화된 격전지 중앙에서 동시에 자리에 드러누웠다.
비록 입가에는 한줄기 선혈이, 머리는 봉두난발을 한 채로 기진맥진했지만 그들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할아버지.” 위지찬이 조부를 안아 들었다.
“할아버지!” 그에 질세라 소어도 모용천을 안았다.
그 순간, 모용천과 위지운의 가슴에 묘한 감흥이 파워볼사이트 일어났다.
‘허허, 어느새 이토록 장성하여 나를 안아주는구나, 소어야.’ ‘찬아. 보았느냐? 이 할아비는 결코 투신에게 패배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투신과 천마는 모두 천하제일인이 되었다.


“허허! 괜찮다니까. 소어야! 이 할아비 청을 들어주지 않을 셈이냐?” 장원으로 돌아온 일행.
모용천과 위지운은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술을 찾았다.
이에 모용가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소어나 위지찬도 한사코 만류했지만 결국, 두 노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잠시 후…….
모용천은 가장 아끼던 담금주의 술병을 열어젖혔다.
약재와 삼 뿌리를 넣고 담은 술에 불과했지만 은은한 주향(酒香)이 코끝을 찌르자, 금존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한 잔 받게.” “좋지!”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주거니 받거니 담소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여갔다.
그러던 와중.
모용천의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그는 넋두리하는 사람처럼 허허로이, 그리고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백아…” “네, 아버지.” “너는 무공의 자질이 뛰어나지 않았다. 또한, 승부를 향한 집념조차 부족해 나는 네게 십초무적공을 전수하지 않았지.” “아버지…” “하나, 나는 네가 최고의 가주가 될 거라 믿는다. 너는 본성이 선하고 공명정대하다. 한 가문을 이끄는 데에 무공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심성이니라.” “깊게 새기겠습니다.” 모용백이 공손하게 묵례를 하자, 모용천은 다시 입을 열어 며느리인 연소소를 향해 말을 이었다.
“아가. 나는 네게 참으로 부끄러운 시아비였다. 가문은 소홀히 한 채, 한평생 무학만을 연구하며 살았으니 서운했을 게다. 사과하고 싶구나.” “아버님. 그런 말씀 마셔요. 아버님이 없으셨다면 어찌 본 세가가 오대세가로 우뚝 설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 말해주어 고맙구나. 그리고 화아야.” “네, 할아버지.” “너는 영민하고 지혜로우니 걱정은 없다만, 강호는 생각보다 험한 곳이란다.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알겠느냐?” “네. 할아버지. 근데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어디 떠날 사람처럼…” 모용화의 말마따나 모용천은 마치 먼 여정을 나서는 사람처럼 가족을 향해 말을 잇고 있었다.
하나 모용천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우수에 젖은 눈을 하고서 한 사람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모용천의 시선이 향한 곳은 소어였다.
“소어야.”
“네, 할아버지.” “너를 처음 데리고 오던 때가 생각나는구나.” “할아버지…” “그때만 해도 파워볼게임사이트 너와 임이는 깡마르고 병약하기 그지없었다. 하나 지금 너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뿌듯하구나.” 모용천의 음성은 자못 진중했다.
하나 무거운 음성과 달리, 그의 표정은 행복한 사람의 것을 하고 있었다.
흡사 해탈한 사람처럼 만개한 그의 웃음꽃을 보자, 소어의 기분도 묘하게 고양되었다.
“할아버지. 저도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지금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이리 오려무나.” 모용천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안겨보라는 의미였다.
“으……! 할아버지, 뭐예요? 징그럽게! 소어 대사형은 열여덟이라구요. 아이도 아니고, 하하!” 그 모습에 모용화가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봐도 우스꽝스러운 광경이었으니까.
물론 소어도 낯설긴 했다.
할아버지가 부드럽고 인자한 사람이긴 하지만, 저처럼 감정을 낯간지럽게 표현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소어는 할아버지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안아 드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와락!
9년 전.
처음 할아버지를 만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땐 할아버지의 품에 쏙 안겼지만, 이젠 덩치가 더 커져 버린 소어였기에 오히려 자신이 할아버지를 안아주었다.
“크하하! 부럽구나, 싸움귀야. 내 손자 녀석도 소어처럼 귀여운 짓을 했으면 얼마나 좋겠누?” 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위지운이 위지찬을 향해 눈을 흘겼다.
‘아이고… 할아버지까지 왜 저러셔…’ 위지찬은 골치가 아팠다.
하지만, 위지운은 정말 모용천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결국 위지찬도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를 끌어안았다.
“껄껄! 귀여운 녀석아. 네 녀석이 똥오줌도 못 가리던 아기 때 안아보고 처음이구나.” “조부님… 좀…” 위지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순간, 위지운이 옆에 있던 소어까지 덥석 껴안는 게 아닌가?
워낙 거한이라 그런지 위지찬과 소어를 동시에 끌어안아도 위지운의 품은 널널하기만 했다.
“요 녀석들아! 너희는 늙어서 나나 싸움귀 영감처럼 천하제일인이니 뭐니 하는 허명에 집착하여 싸우는 일은 없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네, 할아버지.” “네… 위지 할아버지…” “암, 그래야지. 그렇고말고. 허허.” 위지운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다 품속에서 양피지 하나를 끄집어냈다.
“소어야. 이것은 귀곡산장의 지도라는 것이다. 귀곡산장은 강호의 전설이 된 용담호혈로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것은 부풀려진 사실일 게다. 훗날, 네 무공의 경지가 천하를 오시할 수 있을 때쯤, 이 지도를 따라 귀곡산장을 찾거라. 그곳에는 보물들이 즐비되어 있을 게다. 노부가 네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니라.” “위… 위지 할아버지!” 소어가 화들짝 놀랐다.
소어 뿐만 아니었다.
<귀곡산장의 보물지도>란 물건을 들어본 적 있는, 모용천이나 모용백 역시 경악스러운 파워볼사이트 표정으로 위지운을 바라보았다.
“운… 자네… 어찌 소어에게 그런 선물을 주는 겐가? 그만한 보물이라면 응당 찬이에게 전해야지, 이 사람아.” “모르는 소리 말게. 본교는 이미 천금을 희롱하는 재물을 쌓은바, 보물 같은 게 필요할 리 없잖은가? 그리고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 거니 자네는 잔소리 말아!” 모용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나 기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소어에게 선물을 주겠다는데 좋지 않을 리 없잖은가.
“허허… 허허허! 위지운. 이 마두 늙은이야! 자네는 정말 괴짜야. 소싯적부터 괴짜더니, 마지막 순간까지 괴짜구먼. 허허허!” “껄껄! 사실 진짜 괴짜는 천마가 아니라 투신이지. 정파의 인물이 되어 마두를 친우로 두는 건 예삿일이요, 평생 그 허접스러운 싸움 기술이나 연마하더니 결국 나와 동수를 이루지 않았나? 아마 경지를 초월한 무림인은 자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걸세.” “그리되는가? 하하하.” “그런 게지. 크크클.” “덕분에 잘 놀다 가네.” “나 역시 마찬가지야.” “선계에서 보겠는가?” “미친 영감 같으니라고. 평생 싸움박질만 하고서도 선계에 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야? 태상노군이 노하셔서 지옥 불에 던지지 않으면 다행인 게지. 크하하.” “우문현답이로고! 허허허!” 그 순간.
털썩!
두 사람의 신형이 썩은 고목처럼 대청마루 위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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